본인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생리학교실의 고(故) 신동훈 교수님의 지도하에 의학박사(생리학전공) 학위를 취득했다. 간호학 배경으로 생리학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기초간호과학을 정립시켜야 한다는 사명감이 싹트기 시작하였고 이 무렵 한국 간호계에서 간호학 배경으로 생리학 또는 해부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간호학자들의 배출이 점차 증가되면서 기초간호과학을 정립해야 하는 필요성을 강하게 인식했다.
연세대학교 간호대학이 기초간호과학을 새롭게 설정하여 간호학에서 기초과목의 필요성을 선구적으로 인식시키고 기초간호과학과목을 개설한 것이 기초간호과학 정립을 촉구한것으로 생각한다.
1) 서울대학교 학부 교과과정에서의 전공기초과목의 강의
간호학기초과목은 서울대학교의 경우 1959년 간호학과가 개설된 이래 해부학, 생리학, 생화학, 세균학(미생물), 약리학, 병리학 등의 의과대학 교수들이 가르쳐 왔던 기초의과학 과목들을 1999년에 간호학의 기초과목인 기초간호과학으로 개편한 것이다. 간호학의 기초과목인 기초간호과학으로 개편되기 전까지 기초의과학 과목의 강의는 의대 교수들에 의해 이루어져 왔으나 책임 있는 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었으며, 의학과에 비해 학점 및 시간 수가 적어서 의학과 교수들의 강의 내용은 범위가 축소되고 깊이가 제한되어 있었다.
① 1959년 의과대학 간호학과가 설립되면서 질병-신체기관 중심의 교과과정이 운영되었다. 간호학과로 출발한 1960년대는 초창기로 간호학을 전공한 교수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의학과 각 전공별 교실에 소속된 교수들이 대부분 간호교육에 참여했다. 간호학의 기초로 이수해야 할 기초의과학 분야로 해부학은 1학년에서 이수하였고 2학년에서는 생리학, 예방의학, 생화학, 미생물학, 약리학, 기생충학, 병리학을 배웠다. 각 과목은 실습이 있었지만 의학과 학점 수에 비하면 워낙 학점이 적었기 때문에 각 과목을 담당한 의학과 교수는 강의시간이 짧다는 이유로 실습은 꼭 필요한 몇 가지만 실시하고 거의 강의 위주의 수업을 진행했다[
6].
이 시기에 기초의과학 과목이 간호학의 정체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비판적으로 간호학 교과과정에 도입되어 의학의 축소판으로 기초의학교수들의 강의로 진행되었다. 해부학은 의과대학 해부학교실에서 생리학은 생리학교실에서 영양학은 생화학교실에서 병리학은 병리학교실에서 약리학은 약리학교실에서 미생물학은 미생물학교실에서 기생충학은 기생충학교실에서 담당했다. 이후 영양학이 생화학 및 실험으로 변경되었고 기생충학 교과목이 폐지되었다.
② 1983년은 한국간호교육의 방향이 전면적으로 재검토된 해였다. 기존 교과과정에 대한 졸업생, 교수, 병원임상전문가의 평가를 토대로 1985년도에 간호과정중심의 교과과정으로 개편했다[
6]. 인체의 생리병리적인 변화 양상과 미생물, 약리와 같은 기초간호과학을 배워 환자의 변화와 치료의 방향에 대한 기전을 이해하도록 구성되었다[
6].
본인은 의과대학 생리학교실에서 박사과정을 이수하고 박사학위를 취득(1984년)한 후 1987년에 간호학과 교수로 발령을 받았다. 이때부터 의대생리학 교수들과 팀티칭(team teaching)으로 ‘생리학 및 실험’ 과목의 강의를 시작하였고 1993년부터는 이 과목의 모든 내용을 담당했다. “생리학 및 실험” 과목을 제외한 다른 교과목의 강의는 기초의학 교수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서울대학교에 부임 당시 재학생 및 졸업생들의 기초의과학 과목에 대한 불만은 매우 팽배해 있었다. 해부학, 생리학, 생화학, 미생물학, 약리학, 병리학 등의 기초의과학 과목은 주로 의과대학 교수들에 의해 이루어졌는데, 의학과교수들의 강의내용은 범위가 축소되고 깊이가 제한되어 있으며 간호학과 연관성이 부족하여 간호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이들은 강의 내용뿐 아니라, 교재, 강의 진행방식 등 모두에서 우리 간호대학생들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었으며, 졸업 후 임상 실무에서도 이들로부터 배운 지식은 간호사들에게 매우 미흡한 것으로 지적되었다.
기초의과학 과목 강의에 대한 재학생과 졸업생의 평가결과 기초의과학 교과목 강의는 간호학 전공과목과 연계가 잘 되지 못하고 의과대학의 축소판으로 진행되고 있어 기초의과학의 내용과 깊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뿐 아니라 담당교수들의 잦은 변동으로 인하여 간호 전공분야에서 인체 현상을 체계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본인과 신기수 교수가 공동으로 서울대학교 간호대학 2,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기초의과학 교과목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하였고, 조사결과 기초의과학 과목의 강의내용이나 교재, 강의시간, 강의진행방식, 교수의 태도 등에 많은 불만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으며 학생들은 기초의과학 과목의 강의에 대하여 ‘강의의 초점과 방식이 전혀 체계가 없으며 효율적이지 못하다’, ‘교수가 너무 자주 바뀌어 적응하기가 힘들다’, ‘성의가 없다’, ‘간호학과 연관성이 떨어진다’라고 지적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간호학과 기초의과학을 동시에 전공한 교수(본인)가 강의하는 과목은 기초의과학 만족도의 모든 문항에서 다른 과목에 비해 현저하게 높은 만족도를 보였는데, 그 이유는 간호학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교재가 구성되고 강의가 진행되기 때문이었다[
14].
③ 1992년 의과대학 간호학과에서 간호대학으로 분리개편하면서 본인은 기초의과학 교과목강의는 간호대학이 주체가 되어야 하며 기초의학은 의학의 기초이므로 간호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기초의학을 학습하는 것은 불합리하고 간호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간호학의 기초과목을 학습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은 1998년 교과과정 개편 시 간호학과 교수들의 지지로 반영되었다.
1999년 본인은 과목의 명칭과 내용을 간호학적 틀에서 재정립했다. 기초의과학 과목 명칭과 내용을 간호학적 틀에서 재정립해야 하는 당위성은 간호학은 인문과학, 자연과학, 사회과학을 기초로 하는 응용과학이며 간호학 교육목표는 변화, 발전해나가고 있는 사회 속에서 전문직업인으로서 인간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간호사를 육성하는데 있는 반면, 의학과의 교육목표는 학구적이고 유능한 의사를 양성하는 것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교육목표의 차이는 의학과 간호학의 학제간의 특수성 및 전문성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다. 기초간호과학이 의과대학의 기초의학을 그대로 모방하거나 축소한 것이어서는 안 되고 간호학의 기초과목으로 재정립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1999년부터 개편된 교과과정에 의해 간호교육이 운영되었다. 새로운 교과과정 틀에 따라 간호학의 기초가 되는 항목들을 기초간호과학의 범주 하에 해부학과 생리학은 “인체구조와 기능 및 실험”으로, 약리학은 “약물의 기전과 효과”, 생화학은 “영양과 식이”, 병리학은 “병태 생리학”으로 과목 명칭을 변경했다. 교과목명칭을 간호학의 틀 속에서 간호학의 기초가 되는 교과목으로 표방하기 위해 기초의과학의 명칭에서 탈피하여 간호학적 관점으로 변경하였으며 교과목의 내용은 기초의과학을 토대로 간호학에서 중요하고 필요한 내용으로 재편집하고 구성했다. 이를 바탕으로 인체구조와 기능, 병태생리학 등의 단행본이 집필되어 출간되었으며 교재로 이용되고 있다.
‘인체 구조와 기능 실험’ 교과목에서 인체 구조를 육안으로 보고 익히도록 사체 실습을 하였고, 사체에서 관찰한 구조를 직접 그리게 하는 과제를 부여하여 인체 구조를 확실하게 이해시키려고 했다. 인체 기능의 실습은 서울대학교 기초간호과학 실험실에서 이루어졌고 실습 준비와 실습 지도를 대학원생들과 공동으로 하고 있어 대학원생 훈련의 기회도 부여했다.
인체 구조와 기능 및 실험교과목의 실습 중 근육, 뼈, 신경계 등의 모형 실습은 간호대학의 기초간호과학 실험실, 사체 실습은 의과대학 해부학실습실, 심전도 실습은 기본간호학 실습실, 물질 이동은 기초간호과학 실습실, 폐 기능 측정은 의과대학 종합실습실에서 이루어졌다. 또한 인체 구조를 효율적으로 습득 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컬러링북(coloring book)을 활용하여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학습하도록 하였으며, ‘병원미생물학’ 교과목의 실습은 의과대학 미생물학교수들이 담당하며 의과대학 종합실습실에서 이루어졌다.
종합실습실은 의과대학의 교과과정이 개정되면서 각 과별로 분리되어 시행하던 실습 체제를 단일화하고 실습 재료 및 도구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뿐 아니라 학생들의 실습 교육에 교수의 참여를 높이고 학구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1974년에 마련되었다[
6].
‘병태생리학’은 간호학의 기초과목과 임상간호과목 간의 연계를 가능하게 하는 다리를 만들어주는 과목으로 질병의 발생 기전과 증상 및 징후가 나타나는 기전을 이해하도록 했다. 또한 “사례연구”를 하도록 하여 학생들 스스로가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기초간호과학을 간호학 내에 뿌리내리게 했다[
6].
본인의 강의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는 ‘강의 준비가 충실하고 강의 내용 설명이 명확하고 자세하며’, ‘학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성의를 다하여 수업한다’, '많은 질의응답을 통하여 학생과의 상호작용을 증가시키는 방식으로 적극적인 학습 분위기를 조성하여 학습을 이끌어 나가며 교육기자재를 적절하게 활용하여 강의 내용의 이해를 증진시키고 강의 주제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여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것이었다.
간호학 기초과목으로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졸업 후 임상에서 간호학 기초지식이 확실하게 향상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졸업생들에게서도 강의 내용과 활용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아 근무에 대한 자신감이 증가되었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2006년 서울대학교는 정운찬 총장의 야심 찬 계획의 하나로 교육상을 제정하였고 우수한 강의 및 창의적 교육 등 탁월한 업적을 낸 교수들을 대상으로 제1회 서울대학교 교육상을 시상했다. 간호대학에서는 의학적 모형이 아닌 간호학적 모형에서 기초간호과학 과목을 개발하여 교육한 업적과 우수한 강의로 강의 평가에서 간호대학 전체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점을 근거로 본인을 추천하였고 교육상을 받게 되는 영광을 안게 되었다. 교육자로서 최고의 영예를 차지했다고 생각한다[
9].